Tuesday, 9 February 2016

상상의 힘

1. 피아니스트 류시쿤의 일화

류시쿤(Liu Shikun: 刘诗昆, 劉詩昆(류시곤), 1938년 출생)은 1956년 헝가리 리스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였으며 1958년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밴 클라이번에 이어 2등을 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류시쿤은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6년 간 수감되었다. 물론 그는 감옥생활하면서 피아노를 구경할 수도 없었지만, 석방 직후 공연에서 예전보다 더 나아진 실력으로 연주를 선 보였다.

평론가들로부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류시쿤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감옥에서) 매일 같이 몇시간씩 연습했어요. 예전에 쳤던 모든 곡들을 마음 속으로 한음 한음 리허설했지요."

* 류시쿤은 Liu Chi Kung(류치쿵)으로 소개된 글들이 많다.
* 차이코프스크 대회 피아노 부문은 훗날 우리나라 정명훈(1974년, 2위), 백혜선(1994년, 3위), 손열음과 조성진(2011년, 2위와 3위)이 입상하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회이다.

2. 196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조지 홀 대령의 일화

미 공군 조종사였던 조지 홀(George Hall, 1930년 출생) 대령은 1965년 베트남전 작전 중에 격추되어 7년 반 동안 전쟁포로수용소에 갇혀있었다. 전쟁포로가 되기 전에 200파운드(약90kg)의 거구였던 홀 대령은 석방된다면 첫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 골프였을 만큼 핸디캡 4의 열성적인 아마추어 골퍼였다.

그가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1973년도 미국 프로골프(PGA) Greater New Orleans Open의 프로암대회에 초청되었을 때 그는 76타를 쳤다. 7년 반 동안이나 포로수용소에 있었고 몸무게의 절반이 줄어 가냘픈 몸이 되었는데도 포로가 되기 전의 핸디캡만큼의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라운딩 후에 기자 몇 명이 그에게 다가와 아마추어의 운이 아니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운이라니요? 지난 5년 동안 그린에서 쓰리 펏을 한적이 없었는데..."
사실 그는 포로수용소에 갇혀있을 때 매일 상상 속에서 18홀의 골프 라운딩을 쉬지 않고 했던 것이다.

* PGA 투어의 유서 깊은 대회 중 하나인 Greater New Orleans Open은 대회명칭이 수차례 바뀌어 현재는 취리히 클래식(Zurich Class of New Orleans)이란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조지 홀 대령은 1973년 2월 12일 베트남에서 석방되어 돌아왔고, 잭 니클라우스가 우승했던 1973년 이 대회는 3월 25일부터 열렸으니, 프로암대회가 대회 직전 열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석방 시점과는 약간 시차가 있긴 하다.

3. 상상 속에서 연습한 이동환 선수의 이야기

2012년 Q스쿨을 통과하여 현재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동환 선수가 상상으로 훈련하던 얘기가 신문에 기사화된 적이 있다.조지 홀 대령도 이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는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때는 볼이 보이고 잔디결 등이 보이죠. 두 번째는 캐디의 시선으로 훈련합니다. 제가 캐디가 돼 제 플레이를 보는 거죠. 세 번째는 갤러리의 시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해요. 관람객이 되어 제 플레이를 보면서 18홀을 돌죠. 누가 보면 완전히 미친 놈이라고 할 거예요.”

"평소에는 걸어가면서 동반자와 대화하거나 캐디랑 나누는 말까지 연상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그런 것은 빼고 샷을 하는 동작만 떠올려 30분이나 1시간 만에 끝내기도 한다”

어프로치샷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과 경사도, 얼마나 스핀을 먹었는지, 두 번째 바운스 뒤에는 어떻게 흐르는지 등등을 감안해서 쳐요. 퍼팅은 거리감이 잘 맞아야 하고 라인도 잘 읽어야 해요. 볼이 어떻게 가고 얼마나 꺾이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죠.”

'군복무 시절에는 5년간 활동했던 일본 프로골프투어를 ‘머리 속으로’ 뛰었다.'고 한다. “대회 스케줄이 공개돼 있고 코스를 알고 있으니까. 날짜에 맞춰 이미지로 1~4라운드 경기를 했지요. 전 매번 18홀에 18언더파를 칩니다.”

* 인용 - 한국경제 2012.12.12 자

4. '프라이밍-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전우영 저, 21세기 북스, 2013년)에 실린 글

이 책에는 피아니스트 류시쿤 일화 뒤에 이런 얘기를 담고 있다.

"우리의 뇌는 상상과 실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의 뇌가 상상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발레를 이미 배운 사람은 발레를 하는 비디오를 보기만 해도 실제로 자신이 발레를 할 때와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Calvo-Merino et al., 2004). 마찬가지로 특정한 신체적 통증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통증 경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통증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Grezes & Decety, 2001)"

** 참고로, 피아니스트 류시쿤이나 조지 홀 대령의 이러한 이야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 정리한 것일 뿐, 이 이야기들이 정말 사실이었는지, 조그마한 이야기에 덧칠이 가해져서 굉장한 일화로 포장된 것인지, 아니면 아무 근거가 없는 소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