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 August 2010

'주는' 관계...코레 아일라

우리는 거래와 은혜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음식점에서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나서 이 집에서 '내가 팔아줬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제가 또다시 거론되는 걸로 봐서는 대기업들도 납품하는 중소기업에게 물건을 '사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필요에 의해 거래를 하고도 마치 돈을 내는 한쪽이 다른 쪽에게 시혜를 베풀어 준 것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물론 여러 개 중 하나를 선택할 권한이 있는 소위 '갑'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거래에 대해서도 '을'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음식점과 중소기업이 '을'이 되겠지요.

오늘 조인스에 실린 아래의 글은 최근 한국과 리비아 사이에서 벌어진 외교사태에 대한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님의 기고문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912/4352912.html

리비아에서 우리 기업들이 맡았던 대수로 공사에 대해서 우리는 양국간 우호협력관계의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리비아 사람들은 한국이 돈을 받고 벌인 사업이며 거래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크다고 합니다.  

이걸 굳이 우리 사고방식으로 따져 보자면 결과적으로 리비아가 다른 나라 대신 우리나라 기업에게 공사를 맡겨 은혜를 베풀어 주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조차도 우리는 리비아에서 대수로 사업을 '해 준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기고문 중 '중동의 상당수 지식인은 한국을 경제 동물로 오해'한다는 내용이 우리를 반성케 합니다.
 
반면,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 Turkey 는 1950년 6.25전쟁에 15,000명의 젊은이들을 한국에 '파견해 주고도' 자신들의 나라가 한국에 대해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터키와 한국은 같은 피를 나눈 혈족이며 우리나라를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니 같이 싸워주는 게 당연하다는 거지요. Koreli라는 단어가 '한국인'을 일컫기도 하지만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군인'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는데, 하나의 터키어에 한국인과 터키인의 의미를 같이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터키인들은 이 땅에서 그들의 소중한 700여명의 젊은이들을 잃어버리고,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기억해 주지 못 하는데도 한국어로 또박또박 '사랑해요 한국, 나는 참전군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장면은 금년 6월 MBC에서 6.25특집으로 방송한 '코레 아일라'라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방송은 60년 전 한국전에 참전했던 '슐레이만 비르빌레이'라는 85세의 터키인이 한국에 두고 온 당시 5세의 고아, '아일라'라는 한국여성을 찾는 내용으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간의 관계나 국가간의 관계가 한쪽이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고 생각하면 그걸 상대편이 고마워해야 하는 어색한 의무적 관계보다는,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 어려울 때 대가없이 돕고 서로 잘 되기를 기원하며 멀리서도 그리워하는 관계가 될 때 한 차원 높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코레 아일라'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 '코레 아일라' 방송 보기
http://turkeykorean.net/bbs/zboard.php?id=koregazi&no=9 
(이 글의 '[MBC특집] 코레 아일라 방송보기'라는 제목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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