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정보능력에 따라 부와 권력이 좌우된다고 한다.
인종이나 계층별 정보 능력과 정보 접근성의 불균형에 따라 사회경제적 격차가 발생하고 이러한 격차는 또다시 대물림되는데 이와 같은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의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가 시행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컴퓨터 보급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아래 링크는 '이창양 교수의 경제산책'에 소개된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이다.
"Computers at Home: Educational Hope vs. Teenage Reality"(2010.7.9)
이 기사에서 소개된 세 개의 연구는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컴퓨터 보급은 교육적으로 거의 아무런 효과(little or no educational benefit)가 없다는 것이다.
시카고대학의 Ofer Malamud 교수팀이 2009년 루마니아에서 행한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구입을 위하여 바우처를 지급받은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은 수학, 영어, 루마니아어 성적이 하락했다는 매우 유의미한 증거를 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컴퓨터 작동기술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달에 발표된 듀크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유사하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도입이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능력을 떨어뜨렸는데 특이한 점은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가 주로 저소득층 가정에 국한되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부모들의 감독이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하였다. 이들 가정에서는 컴퓨터가 공부시간을 줄이고 숙제가 아닌 오락에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텍사스주에서 2천만불(약240억원)을 들여 4년간 42개 학교를 대상으로 행한 대규모 실험에서도 나눠준 노트북 컴퓨터를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허용된 학교의 학생들은 쓰기 점수가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하는 마음에 '저소득층 컴퓨터 보급'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전국의 교육관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디지털 디바이드'를 줄이려는 고민을 가지고 많은 예산을 이미 수년 전부터 쏟아붓고 있었다. 저소득층 가정에 컴퓨터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함으로써 학생이 속한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고통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배려해 온 것이다. 그러한 지원과 배려가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떨어뜨려 사회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러한 지원책은 그 효과에 대한 장기적인 분석이나 연구, 실험이 없이 정책 공급자의 상상력와 정의감에 따라 일정에 쫓겨 성급하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2000만불을 지출하면서 정책 효과를 분석한다면 우리도 최소한 100만불 정도의 예산이라도 써서 이를 검증해 봐야하지 않을까? (GDP 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는 미국의 17분의 1이다.)
공공기관이 민간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등한히 하여 해결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트렌드 마인드'가 부족한 탓이며, 아직 우리나라에서 공급자 위주의 주먹구구 정책이 통하는 것은 공공부문이 소비자 선택의 무풍지대에서 안주해 왔기 때문이라는 김난도 교수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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