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0 July 2010

월드컵 강팀으로부터 배우는 교훈?

이번 주 7월 10일 토요일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Weekly BIZ) 섹션에 '당신의 회사, 연전연승하고 싶은가? 월드컵 강팀서 배워라' 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의 주장은 이번 2010 월드컵 강팀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네 가지 교훈을 M/E/M/O로 요약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Muticultural)하고, 구성원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Enabling Leadership), 자신감 부족과 자만심도 경계하면서(Mentality), 인재간 부서간 소통과 교류를 통해 조직력(Organizational Power)을 키우는 것이 기업경영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영어 조어부터 이상하다. Multicultural이라는 형용사와 세 개의 명사 및 명사구를 병치시켰다. 굳이 만들어 보자면 Multicultural Background 정도로 쓰면 댓구가 되겠다.

그런데, 이 기사의 보다 큰 문제점은 내용 하나하나가 매우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내용은 그럴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리하게 꿰맞춘 것이 눈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나씩 살펴보자.

1. Multicultural?
스페인 팀이 강한 것은 마드리드 출신인 보스케 감독이 문화적 배타성을 극복하고 독일전에서 바르셀로나 출신을 7명이나 선발진으로 중용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팀 7명(비야, 피케, 푸욜, 이니에스타, 사비, 부스케스, 페드로) 중에서 문화적 배타성이 문제가 되는 카탈루냐 출신은 4명(피케, 푸욜, 사비, 부스케스)에 불과하다. 이 선수들 중에서도  비야는 09/10시즌이 끝나고 이번 월드컵 직전에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으므로 엄밀히 바르셀로나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또한, 페드로는 토레스의 부진으로 겨우 출전한 것이다.
(참고로 그동안 선수선발에 많은 돈을 쏟아부어왔던 바르셀로나팀은 팀선수 중 이번 월드컵에  14명이 각국의 국가대표로 출전할 만큼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프로팀 중 최다 규모다. 잘 하는 선수들이 많으니 대표팀에서 많이 뛸 수 밖에 없다.)

독일 대표팀도 90년대 말까지와 다르게 2000년대부터 타국가 이주노동자 출신들을 중용했다고 지적했다. 외부인재 수혈로 순혈주의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일팀은 '순혈주의'를 고집했던 90년대까지만 세번의 월드컵 우승을 기록했다. 그 이후로도 준우승, 3위로 잘 하긴 했지만 우승은 하지 못 했다.

2. Enabling Leadership?
허정무 감독이나 독일의 뢰프감독은 이네이블링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일방적인 리더십보다는 이러한 이네이블링 리더십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공감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쓸 때에는 뭔가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나 통계가 뒷받침되었어야 했다. 뢰프감독의 리더십을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독일 신문에서 그렇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 밖에는 없지 않은가?

3. Mentality?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와 아프리카팀의 몰락은 자신감 부족이거나 자만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탈락에 대해 '지도자의 오만', '사생활 방기' 같은  단어를 씀으로써 논리를 정당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에게 1점차로 석패했던 브라질이 만약 그 경기에서 자책골이 없었고 승리까지 했다면 브라질 둥가 감독은 '스타 선수'를 선발하지 않았던 오만에 빠진 지도자라는 평판 대신 네임밸류에 연연해 하지 않고 실력위주로 선수를 구성한 안목있는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4. Organizational Power?
남미의 몰락은 조직력의 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끈끈한 조직력은 소통의 산물'이라 '4강팀인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는 국내파들'이기 때문에 강한 조직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렇다면 100% 자국 리그 선수로 구성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왜 4강은 커녕 8강, 16강에도 못 올라갔는가?

이번 월드컵 출전선수 736명 중에는 잉글랜드리그에 117명, 독일리그에 84명, 이탈리아리그에 80명, 스페인리그에 59명이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 빅리그에 대부분 선수들이 속해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1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대표팀 선수 중 자국리그에 속한 선수는 각각 3, 6, 2, 4명에 불과하다. 이들 리그는 빅리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루과이는 이탈리아나 잉글랜드보다 좋은 성적인 4위에 올랐다. 2002년 브라질팀은 우승까지 했다. 갖다 붙여도 너무 갖다 붙였다.

월드컵은 16강 이상은 토너먼트다. 의외성이 많은 축구경기 중에서도 토너먼트에서는 예상치 않은 결과가 더 자주 발생한다. 대진 운이나 경기 운도 큰 원인이 될 수 있고, 팀원들의 축구 경기를 대하는 자세나 순간순간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과 개인기, 신체능력이 달라서일 수도 있다. 그만큼 축구경기는 그 결과를 놓고 원인분석이나 성공의 특성을 유형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나마 설명이 가능한 변수는 신체능력의 대리변수가 될 수 있는 '나이'다. 4강팀의 평균 연령은 스페인 25세, 독일 24세, 우루과이 26세, 네덜란드 27세이다. 중간에 탈락한 브라질, 잉글랜드, 이탈리아는 평균 연령이 28세, 아르헨티나나 프랑스는 27세이다. 그러나 이것도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경우 반박되기 쉽다. 나이가 젊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다른 표현이므로... 아무튼 이렇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써야 한다.)


그런데 이 기사는 상황을 너무 입맛에 맞게 꿰맞췄다. M/E/M/O 이렇게 4가지로 기사의 틀을 구성한 후 거기에다가 사실을 무리하게 갖다 붙였다. 이런 유형의 기사는 보다 정확한 팩트와 통계, 그리고 논리적(필요하다면 학문적인) 근거를 통해서 분석하고 연구한 후에 제시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뻔 했다. 그것도 월드컵이 끝난 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러 명이 토론한 결과로 작성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위클리비즈를 읽는 독자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런 걸 기대한다.

만약 이번 월드컵 4강팀이 유럽팀들 대신 남미나 아프리카팀으로 구성되었다면 이 기사는 다음의 소설과 같이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자국리그 소속선수가 많은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는 몰락한 반면, 타국 리그에 속해 다른 축구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한 선수가 많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가나 팀이 강세를 보였다. 이는 현대 축구가 단순한 조직력 대신 개개인의 능력과 팀 전술, 다양한 경험이 조화될 경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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