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간을 들뜨게 했던 우리들의 월드컵이 끝났다.
잘 했다. 세계 16강이 아무나 하는 일인가?
반에서 16등, 전교에서 16등도 어려운 일인데 우리팀이 세계 16등 안에 들었다.
월드컵 기간 이외에는 아무런 성원이나 관심도 없었지만 우리 대표팀은 나름대로 준비를 잘 했고 선전했다.
월드컵 기간이 되면 그동안 눈에 안 보이던 축구 전문가와 광팬들이 갑자기 늘어난다.
한 게임이라도 지면 수비가 무너졌느니, 4-2-3-1 포메이션이 잘 못 됐다느니 뭐 그리 아는 것도 많고 그리 불만들도 많은지...
할 얘기가 없으면 등장하는 문구가 '수비가 무너져', 아니면 '수비수 아무개가 누구를 놓쳐 골을 내줬다'는 둥 상대의 개인능력이나 팀의 공격수준은 고려없이 우리팀 수비능력에 대한 힐책성 얘기다.
골 먹는다고 무조건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는 불합리하다. 어떤 강팀이라도 골을 먹는 순간 만큼은 수비가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골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승패가 갈리는 게 스포츠 아니던가? 공격이란 게 다름 아닌 수비를 무너뜨린 후 골을 넣는 것이므로 수비가 강한 팀이더라도 공격이 더 강하면 수비는 무너진다. 우리는 참 단순하게도 수비가 무너졌다는 얘기, 수비수가 공격수를 놓쳤다는 얘기는 꼭 지는 경기에서만 강조한다.
4-4-2 같은 포메이션도 경기 매 순간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하는 기본적인 틀일 뿐, 그 틀을 모든 상황에 맞춰 완벽하게 유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특정 포메이션이 다른 포메이션보다 강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팀플레이의 바탕에 불과한 것을 만고불변의 원리처럼 떠드는 어중이 전문가들은 축구를 몸소 한 경기라도 해 본 사람인지 의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전문가인 양 떠들어대는 주장들을 뒤집어 보면 그것들은 아주 단순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뭐 대단한 전문가인 양 호들갑 떠는 사람들 중에 평소 클럽 연간 회원권이라도 구입해서 소리없이 경기장에 가서 응원이라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 버티다가 다음 월드컵 기간이 돌아왔을 때 이런 가짜 전문가들과 입만 살아있는 광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우리 축구팀이 그래서 불쌍하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들도 우리 국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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