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3 June 2010

클러치 플레이어와 진단편향

클러치 플레이어(Clutch Player)란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를 말한다.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나 왕년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내가 좋아하는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 같은 유형의 선수들이 클러치 플레이어다.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미 프로농구(NBA)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클러치 플레이어가 다른 선수들보다 과연 성과가 좋은지 확인하는 연구를 했다고 한다.

박빙의 승부을 벌인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덜한 전반 종료 직전 5분간 상황과 경기종료 직전 5분간의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평범한 선수들이 두 상황간에서 득점수에 거의 차이가 없었던데 비해 클러치 플레이어들은 경기 막판 5분간의 득점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역시 클러치 플레이어가 다르군'하는 일반적인 예상이 진실의 끝일까?

댄 애리얼리는 NBA의 클러치 플레이어가 경기 막판 5분간의 득점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보고, 그들의 우수한 능력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슛 성공확률이 좋아졌거나 성공확률 보다는 슛팅 시도횟수가 증가했거나...두 개의 가능성 중 하나의 결과로 인해 득점이 많아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가지 가능성을 놓고 분석한 결과 이 연구자는 클러치 플레이어들이 경기 막바지에 득점력이 좋아진 것은 단지 슛팅 시도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결론은 이 블로그의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금융전문가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두뇌활동을 통한 인지능력보다 (단순 기계조작능력과 같이) 육체적인 활동이 많은 고연봉의 농구선수들조차 중요한 순간에 슛팅을 많이 시도해서 성과가 좋은 것일 뿐이지 특별히 남들보다 우수한 기술로 인해 득점력(성과)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농구선수들도 이 정도일진대, 두뇌활동이 많은 금융전문가들도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중요한 순간에 그들이 우수한 능력과 성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더욱 더 낮다는 것이다.

(육체활동인 단순 기계조작능력 테스트에서는 보너스가 클수록 성적이 좋아진 반면, 인지능력 테스트와 같이 정신적인 활동이 필요한 경우는 보너스를 많이 줄수록 더 나쁜 성적을 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즉,성과에 따라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 금융기관 전문가들은 클러치 플레이어로 불리우는 우수한 운동선수들보다 훨씬 그 숫자가 많다는 사실까지 주목한다면, 그들에게 특별히 높은 연봉이나 보너스를 지급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연구결과는 '스웨이(Sway, Ori & Rom Brafman 저)'란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 Barry Staw와 Ha Hoang의 논문 내용인 농구선수에 대한 진단편향(Diagnosis Bias) 문제와 어느 정도 상통한다.

스토와 호앙은 NBA선수의 출전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득점력(scoring), 강인함(toughness)이나 순발력(quickness)과 같은 선수의 능력이나 성적이 아니고 드래프트 지명 순서(draft order)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들은 '드래프트 순서가 하나씩 뒤쳐질 때마다 출전시간은 최대 23분씩 감소'하며 1차 드래프트 선발선수는 2차 선발선수에 비해 평균 3.3년 정도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최초 가졌던 의견에 근거해서 사람, 아이디어, 사물 등에 대해 일정한 인식표(label)를 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진단편향(diagonis bias)이라고 한다.

요약해서 이들 두 연구결과를 연결하면, 유명한 선수들은 일단 1차 드래프트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출전시간이 늘어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보다 슛 시도횟수가 많아지며 그래서 득점이 많아지는 것인데도 이것을 그들의 능력에 따른 당연한 성과로 인식하여 그들에게 높은 연봉이 지급된다고 하는 일련의 개연성이 도출될 수 있다.

일단은 1차 드래프트에 뽑혀야, 일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름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번지르르한 직업을 가져야, 일단은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잘 생기고 봐야...하는 우리 세태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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